수저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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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어느 밤, 이제 막 연인이 된 두 사람은 연극을 관람하고 돌아가는 길목에 아쉬운 마음을 담아 하늘을 올려다본다. 수십억 년의 세월이 쌓여 만들어진 그곳에서 이들의 머리 위로 아름다운 유성이 지나가고 둘은 조용히 소원을 빈다. 마침내 그 소원이 이뤄졌을 때, 남자는 당시는 회상하며 ‘그 밤, 내 인생이 바꼈다’라고 말한다. ‘우리는 별에서 시작되었다’의 서문 속 이야기이자 저자인 로베르토 트로타 본인의 러브 스토리다.

우주론학의 세계 권위자이자 이론물리학 교수인 저자가 펴낸 책은 천문학자가 들려주는 한 편의 시와 같다. ‘별이 없었다면 인류는 어떤 존재였을까?’라는 과학자의 의문에서 시작된 책은 철학, 수학, 천문학, 우주 탐사, AI까지 아우르며 별에서 출발한 인류 문명의 궤적을 따라간다. 동시에 지구와는 정반대의 ‘칼리고’라는 별이 보이지 않는 대체 지구를 문학 가설로 탄생시켜 SF 소설과 같은 몰입감을 전한다.

책은 ‘시인처럼 글을 쓰는 천문학자의 매력적인 인류 역사’(월스트리트저널), ‘황홀한 글’(네이처)이라는 평을 받으며, 과학전문지 ‘뉴사이언티스트’, ‘스미스소니언’의 ‘2023 최고의 과학책’으로 꼽혔다.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머리 위 별들을 나침반으로 길라잡이 삼아왔다. 밤하늘을 품은 우주는 태초의 기원이자, 오래된 미지의 영역이기도 하다. 국내 우주항공의 시대를 기념하는 국가기념일인 제1회 ‘우주항공의 날’(27일)이 다가오는 가운데, 가장 오래된 과학 ‘천문학’을 주제로 한 다양한 장르의 책을 소개한다.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태양이 죽으면 어떻게 될까?”.

맨해튼 시내 록펠러 센터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마침 보이는 성 패트릭스 성당에서 정시를 알리는 종소리가 들렸어요. 성당에 들어서자마자 압도적인 파이프오르간 소리가 거세게 제 심장을 뒤흔들었어요. 9천개의 파이프에서 뿜어져 나오는 음악은 바흐나 북스테후데의 오르간 작품이었어요. 평일 낮, 예배 시간도 아닌데 오르가니스트가 연주를 하고, 성당엔 상당히 많은 사람이 있었죠. 동시에 눈앞에는 바로 며칠 전 선종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사진과 사람들이 줄지어 초에 불을 붙이는 모습이 보였어요.

10여년 전, 프란치스코 교황님이 한국에 오셨을 때 야외 스타디움에서 집전하신 미사가 떠올랐어요. 그때 연주되던 영성체 성가가 프랑스 작곡가 세자르 프랑크의 ‘생명의 양식’이에요.

프랑크가 깊은 신앙심을 순수하고 경건한 선율로 표현한 이 곡은 대중에게도 잘 알려진 미사곡이에요. 라틴어 제목을 직역하면 ‘천사의 빵’으로, 성당에서 성체를 모시는 동안 연주됩니다. 성당 오르가니스트였던 프랑크는 많은 오르간 작품을 남겼어요. 그리고 1872년, 50살에 파리음악원 교수가 되면서 이 곡을 작곡해요. 이 크리스천 성가는 성 토마스 아퀴나스가 쓴 찬미가를 가사로 해요. 프랑크가 작곡한 원곡은 테너, 첼로, 하프, 오르간으로 연주하지만, 요즘은 다양한 형태로 연주됩니다. 원곡에서는 첼로가 전주를 시작하고, 첼로가 테너의 노래 선율을 따라가요. 마치 영성체를 하는 그 모습 그대로를 음악으로 표현한 것 같답니다.

‘우주를 보면 떠오르는 이상한 질문들’의 저자 지웅배 박사는 다소 엉뚱해 보이고 어린아이처럼 느껴지는 이러한 지적 호기심이 천문학을 발전시키는 훌륭한 질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천문학 역사의 중요한 이론들은 ‘왜 저 별은 그렇게 움직일까?’, ‘지구는 정말 중심일까?’와 같은 사소하지만 거대한 의심과 상상력에서 출발했다.

책은 우리가 놓치기 쉽지만, 중요한 질문들을 다루며 거대하고 광활한 우주의 이야기를 평범한 ‘지구인’들에게 흥미롭고 친절하게 안내한다. “초록색 별은 왜 없지?”라는 질문 하나에서 우리가 빛을 인식하는 방식, 별의 온도와 스펙트럼까지 파고들며 “외계인은 정말 없는 걸까?”라는 의문에서는 우주 생명체 탐사의 현재와 과학적 증거의 의미를 돌아보게 만든다.

우주는 왜 깜깜하며, 우주의 끝은 어디이고, 블랙홀은 얼마나 뜨겁고 무거울 수 있는지에 대한 저자의 질문에 대한 답을 따라가다 more info 보면 어느새 철학의 문까지 이른다. 저자는 ‘1.4kg의 우주’라는 별명을 가진 인간의 뇌 신경이 우주와 어떤 유사성을 지니는지 살피며 우주와 인간의 연결고리는 두텁다고 말해준다.

얼마 전, 15년 만에 미국 뉴욕에 다녀왔어요. 오랜만에 만났음에도 여전히 뉴욕이라는 도시가 보여주는 다채로움을 표현할 길이 없어 말문이 막혔죠. 이번에 가면 꼭 보려고 마음먹은 그림이 있었어요. 뉴욕 현대미술관(MoMA)에 걸려 있는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의 대표작 ‘크리스티나의 세계’예요. 제목이 재밌죠? 가로가 120㎝, 세로가 82㎝이니 꽤 큰 그림이죠.

그림 속 실재 인물인 크리스티나 올슨은 퇴행성 근육 장애로 걸을 수가 없어 주저앉은 채로만 이동할 수 있었어요. 화가는 그녀가 인상적으로 걷는 모습에 깊게 영감을 얻어 이 그림을 그렸어요. 그녀가 언덕 위 높은 집을 향해 기듯이 올라가는 행위는,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것이었죠. 그 간절함은 스스로의 힘으로 집에 도착해 느낄 보람과 환희를 위한 전주곡이고요. 화가가 그린 건, 스스로 자신을 시험하는 그녀의 의지와 결국 해내리라는 확신, 즉 그녀의 정신적인 영역이에요. 그림 속 넓은 언덕 위에 펼쳐진 끝없는 억새들이 극도로 섬세하게 표현돼 있어요. 그녀의 의지 못지않게 화가의 의지도 대단하죠?

그런데 삶이란 게 그렇더라고요. 제가 꼭 보고 싶었던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었어요. 알고 보니 그 그림은 수선 작업 중이었어요. 간절히 원했던 그녀, 크리스티나를 볼 수 없다니…. 처음에는 뉴욕에 가게 된 김에 볼 마음이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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